웨딩박람회 참가 전 준비 가이드
하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불현듯 마음속에서 작은 파도가 일었다. 결혼. 아직도 낯선 단어인데, 예랑이와 날짜를 잡고 나니 모든 것이 서둘러 굴러가기 시작했다. 끙, 뭐가 이렇게 많아? 예물, 스냅, 혼주 한복, 밥맛… 끝도 없는 리스트에 머리가 어질어질. 그러다 친구가 한마디 툭 던졌다. “야, 박람회 가면 한 방에 정리돼.” 그 순간 번쩍—그래, 웨딩박람회다! 준비 없이 갔다간 눈만 더 커질 것 같아, 오늘 이렇게 노트 한 권 펼쳤다. 여기, 내 작은 실수와 깨달음, 그리고 설렘을 적어 두려 한다. 😊
장점·활용법·꿀팁
1. 무료 사전등록—놓치면 진짜 손해
지난달에 아무 생각 없이 ‘현장 등록하면 되지 뭐’ 했다가, 입장료 1만 원을 털렸다. 맛없는 커피 두 잔 값이 날아갔다니까! 사전등록하면 무료인데, 왜 그땐 그렇게 자신만만했을까? 이번엔 알림까지 설정해서 미리 등록 완료. 음, 벌써부터 뿌듯해진다.
2. 목표 리스트, 소리 내어 읽어 보기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 입으로 중얼거리면 이상하게 머릿속이 정리된다. “나는 러스틱한 컨셉을 원한다. 플라워는 톤다운 핑크.” 이렇게 말이다. 말하다 보면 갑자기 ‘어? 나 부케는 왜 신경 안 썼지?’ 하고 놓친 항목이 튀어나온다. 실수 하나 줄이면, 현장에서 헤매는 시간도 줄어든다.
3. 예산의 마법—작게, 더 작게
“결혼은 축제라며!” 하며 흥청망청 적다 보면 예산표가 금세 풍선처럼 부푼다. 그래서 난 1차 예산 위에 2차, 3차로 계속 줄여 보는 놀이(?)를 한다. 웃기지만 효과 만점. 업체 부스 앞에서 견적서를 받을 때, 자연히 ‘이 금액 이상은 Nope’이라는 내면 스위치가 켜진다.
4. 주차와 동선, 그리고 굽 높은 구두의 배신
첫 박람회 땐 새 구두 신고 갔다가 30분 만에 뒤꿈치에 물집이… 까칠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니 상담사님도 긴장하시더라. 이번엔 운동화! 그리고 전시장 지도를 미리 캡처해 두었다. 동선이 보이면 스텝 낭비도 줄어들겠지. 생각해 보니, 소소하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포인트다.
5. 샘플 북 챙기는 법—가벼운 가방, 무거운 정보
브로슈어, 견적서, 시식 쿠폰… 한 번 돌고 나면 팔이 축 늘어졌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에코백 하나 접어 간다. 가볍게 접어서 주머니에 쏙, 필요할 때 펼치면 깔끔. 종이 냄새가 은근 좋기도 하고. 야, 나만 그런가?
단점
1. 끝없는 호객—“신부님~ 이리 와 보세요!”
처음엔 기분 좋다. 나를 신부님이라 부르다니! 그런데 열 번째부터는 귀가 살짝 뜨거워진다. 말랐든 통통하든, 원피스든 후드티든, 모두 신부님. 그 반복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잊어버리기 쉽다. 꾹, 마음 다잡기 필수.
2. 정보 과부하—눈은 반짝, 머리는 혼란
스튜디오만 해도 30곳. 상담사님들은 다들 친절하지만, 친절이 과하면 오히려 머릿속이 하얘진다. 나는 결국 메모를 놓친 채 돌아왔고, 집에서 사진을 뒤적거리며 “이게 어디였지?” 중얼거렸다. 흑.
3. 즉석 계약의 유혹
“오늘만 20% 할인”이라는 달콤한 속삭임. 솔직히 두근거린다. 하지만 잔혹한 카드값 청구서를 떠올리며 한걸음 물러섰다. 상담 내용은 모두 사진으로 기록! 집에서 다시 한 번 곱씹고, 비교표를 만들어 본 뒤 결정하자고 스스로에게 손가락 걸었다. 😉
FAQ
Q. 정말 일찍 가야 하나요?
A. 내 경험상 오전 10시 오픈과 동시에 입장하면 쾌적하다. 한두 시간만 지나도 복도가 꽉 차고, 상담 대기표가 쌓인다. 덕분에 작년 봄에는 오후 3시에 겨우 드레스 피팅을 했고, 점심도 거르고 쓰러질 뻔… 이번엔 9시 50분에 도착, 커피 한 잔 들고 여유롭게 스타트할 예정이다.
Q. 커플 동반이 필수일까?
A. 꼭 그렇진 않다. 예랑이가 바쁘다면 친구랑 가도 OK. 다만 계약 직전에는 둘이 함께 비교해 보는 게 안전하다. 작년에 혼자 독단으로 스냅을 예약했다가 예랑이 취향과 정반대라 취소 수수료만 날렸다. 아직도 살짝 서운하대… 하하.
Q. 준비물, 뭐가 제일 중요했나요?
A. 신분증, 필기구, 그리고 휴대폰 보조 배터리! 상담 중 사진 찍고 녹음까지 하니 배터리가 순식간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그때 허둥대며 충전기를 찾았는데, 콘센트는 이미 만석. 그 짧은 시간에 놓친 정보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살짝 속이 쓰리다.
Q. 예산 짜기가 막막해요…
A.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인터넷 평균 견적을 적어 본 뒤, “우린 이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 뭘까?”로 좁혀 갔다. 드레스에 힘주면 식장은 줄이는 식. 그리고 ‘보증 인원 x 식대’처럼 변동성 큰 항목은 살짝 넉넉히 잡아 두었다. 그래야 돌발 상황에도 덜 흔들리더라.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나, 꽤나 준비성 철저한 신부가 된 것 같지? 하지만 아직도 두근거림은 그대로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예식을 그려야 하는 일. 복잡하지만 기묘하게 설레는 모험. 비 오는 오후, 창밖 빗소리가 잔잔히 이어진다. 내일은 분명 맑을 거야. 그리고 나, 박람회에서 또 한 번 헤매겠지. 그래도 괜찮아. 실수해도, 돌아오면 글로 남기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