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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내가 헤매다 깨달은 작은 비밀들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우산을 챙겼는지 기억도 안 난 채 현관문을 나섰고, 지하철 역 앞에서야 ‘아 맞다, 오늘은 박람회 사전 예약한 날이지’ 하고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흰 스니커즈라니, 물기 머금은 보도블록 위에서 푹 꺼지는 소리. 그 발자국마다 미래의 신혼여행지 생각이 덜컥덜컥 끼어들었다. 흥분, 걱정, 그리고 조금의 귀찮음. 결혼 준비란 늘 셋이 한 몸처럼 달라붙는다. 그래서일까, 코엑스 C홀에 발을 들이기 직전에도 나는 휴대폰 메모장에 “긴장하지 말 것, 너무 많이 비교하지 말 것, 커피 한 잔은 꼭 들고 다닐 것” 같은 메모를 또박또박 적어두었다. 쓸데없는 TMI 같지만, 나한텐 마법 주문이었다.

입장 바코드를 찍는 ‘삑’ 소리. 그 순간부터 눈앞은 꽃길이자 전쟁터. 드레스 자수는 왜 다 비슷하게 예뻐 보이는지, 부케를 들어 보라는 스태프 손길은 왜 그리 친절하면서도 조급한지. 한 부스에서 “본식 DVD는 필수예요!” 하는 말을 듣고 고개 끄덕였는데, 다음 부스에서는 “스냅으로도 충분합니다”라며 미소 짓는다. 어라, 벌써 갈팡질팡. 이런 내 모습이 살짝 우스워서 셀카 한 장 남겼다 🙂

장점·활용법·꿀팁

1) 한자리에서 끝내는 올인원 상담, 그리고 나만의 동선 만들기

장점이라면 역시 속도감이다. 예물·스냅·허니문·폐백 음식까지, 한 코스로 휙휙 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첫해(맞다, 첫해다. 예비 신랑이 해외라 미루다 보니 두 번이나 왔다)엔 무작정 걷다가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Z자 동선”이라 불리는 내 방식으로 움직였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만, 그리고 끝에서 왼쪽으로만. 모양이 Z처럼 이어져서 헷갈릴 틈이 적다. 이렇게 했더니 시간도 체력도 30%쯤 아꼈달까. 덕분에 마지막 부스에서 얻은 시식 쿠키를 여유 있게 음미할 수 있었으니.

2) 샘플 수집, 욕심내도 괜찮지만 가볍게 해두기

부케 카달로그며 한복 색보정된 엽서 같은 걸 한 아름 챙겼더니 토트백 끈이 끊어질 뻔했다. 손목이 시큰해서야 깨달았다. “적당히, 당일 메모는 사진으로”라는 교훈. 부스마다 QR코드가 있으니 그것만 스캔해도 정보는 충분하다. 집에 와서 QR 폴더를 열어보면 마치 작은 디지털 앨범 같아서, 그날의 설렘이 다시 몽글몽글해진다.

3) 실수했지만 얻어낸 것: 계약은 ‘보류’도 용기가 된다

첫날, 드레스샵 할인 이벤트에 혹해서 현장 계약서를 쓰려다 카드 비밀번호를 두 번 틀렸다.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 그런데 그 30초 덕분에 신랑이 보내준 카톡이 도착했다. “웬만하면 드레스는 직접 피팅해보고 결정하자!” 그러고 보니 맞는 말. 나는 결국 사인을 멈췄고, 며칠 뒤 더 나은 패키지를 찾았다. 우연 같지만, 실수도 기회더라.

단점

1) 정보 과부하, 달콤한 혼란

부스마다 “오늘만 드립니다”를 외친다. 뇌가 일종의 당 충격 상태가 된다. 나중엔 어떤 플래너가 어떤 혜택을 말했는지 뒤죽박죽. 그래서 나는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메모장을 열고 “정리하기 전까지는 계약 금지”라고 굵게 적었다. 물론 또 까먹을까 봐 알람까지 걸어두었다.

2) 발이 아프다, 진짜로

전시장 바닥은 매끈하지만 넓다. 하이힐은 꿈도 꾸지 말 것. 작년에 괜히 예쁘게 보이겠다고 구두 신고 갔다가 발뒤꿈치에 물집. 결국 전시장 근처 약국에서 밴드를 사는 웃픈 해프닝이 있었다. 올해는 운동화, 그리고 두꺼운 양말로 방어.

3) 지나친 스냅 견적 비교는 관계를 틀어지게도

같은 포즈, 같은 조명인데 가격은 천차만별. 견적서를 놓고 예비 신랑과 영상통화로 20분을 실랑이했다. 결국 “네가 좋은 대로 해”라는 말만 남기고 통화 종료. 서운함이 남았다. 박람회는 실속 챙기는 자리지만, 사람 마음은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배웠다.

FAQ

Q. 코엑스 웨딩박람회, 미리 예약 안 하면 입장 못 하나요?

A. 현장 등록도 가능하지만, 코엑스 웨딩박람회 사전 예약을 하면 입장 줄이 짧다. 무엇보다 기념품 쿠폰을 바로 출력해 주니, 나처럼 줄 서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행복이다.

Q. 반드시 결혼 날짜가 확정돼야 참여할 수 있나요?

A. 아니다. 나는 날짜도 잡기 전부터 첫 방문을 했다. 오히려 초기 탐색 단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다만 견적은 유동적인 만큼, 나중에 재방문하거나 전화로 재조율해야 한다.

Q. 예물·예복 같은 세부 품목, 현장 계약이 정말 저렴한가요?

A. 확실히 할인폭이 크긴 했다. 하지만 ‘추가 옵션’이 뒤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예복 안감 업그레이드, 버튼 교체 비용 등. 나는 그래서 계약서 옆 빈 칸에 “추가 비용 없음 명시”라는 문구를 직접 적어 넣었다. 스태프도 고개 끄덕이며 도장 찍어줬고, 덕분에 이후 고요했다.

Q. 일정이 겹쳐 못 가면 아쉽기만 한가요?

A. 솔직히 현장만큼의 체험은 어렵다. 다만 박람회 주최 측이 웨비나나 온라인 상담을 따로 열기도 한다. 나는 코로나 시기엔 영상 설명회를 통해 드레스 트렌드를 미리 들었고, 그 덕분에 오프라인 방문 때 질문을 더 날카롭게 던질 수 있었다.

Q. 방문 전 준비물, 꼭 챙기면 좋은 것은?

A. ① 물통, ② 가벼운 에코백, ③ 집계용 앱이나 메모지, ④ 편한 신발, ⑤ 마음의 여유. 마지막이 가장 필수다. 마음이 급하면 혜택도, 배려도 놓치게 되더라.

쓰다 보니 벌써 저녁이다. 책상 위엔 오늘 받아온 웨딩 잡지들이 어질러져 있다. 커피 잔 속 얼음은 거의 녹았고, 브라우저엔 드레스샵 후기 창이 주르륵. 생각해보면, 결혼 준비라는 긴 터널에서 박람회는 반짝이는 휴게소 같다. 화려한 조명, 시식 쿠키, 설렘과 혼란이 뒤엉킨 공간. 하지만 그 한복판에서 ‘나와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혹시, 지금 눈을 반짝이며 검색창에 “다녀올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래, 다녀와. 준비된 만큼만 보고, 나머지는 두근거림에 맡겨봐.” 가끔은 어설픈 발걸음이 가장 선명한 추억을 남기니까.